매경 이코노미 2212호에서는 두 가지 기사 내용을 가져왔다.
한국 자본시장에 퍼진 불신 바이러스, 불황 속 마케팅 전략 'PTSD'다.
첫째, 불신 깊은 자본 시장 현황은 어떠한지,
낙인 효과 덫에 빠진 한국 자본 시장 특징은 무엇인지,
제도권 금융 신뢰 얻기 위한 대책에는 어떠한 것이 있는지,
둘째, 불황에 오히려 웃는 업종은 무엇인지,
불황 속 마케팅 전략 'PTSD'란 무엇이며, 어떠한 특징이 있는지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1. Distrust Virus, 불신의 바이러스
1) 불신 깊은 자본 시장
① 현황
- 개인 투자자는 '팩트 체크'에 충실한 증권사 리서치 애널리스트 보고서보다 텔레그램 유료방에서 떠도는 확인 안 된 정보에 귀를 쫑긋 세운다. 증권사 애널리스트를 폄훼하는 유튜버가 인기를 끌고, 반대로 유명 투자 유튜버에게 반기를 들면 개인 투자자가 득달같이 달려와 악플 공세에 나선다.
- 국내 액티브 주식형 펀드 중 1000억원대가 넘는 규모 펀드는 37개에 불과하다. 공모펀드 불신이 이어지며 올해 16년 마에 처음으로 수탁고 1000조 원 선이 무너졌다.
② 불신 바이러스의 유발 요인
- 라임이나 옵티머스 사태 등 금융 시장을 뒤흔든 반복적 사고 후, 유력 증권사가 판매하고 멀쩡한 운용사가 굴리는 펀드에 돈을 넣어도 큰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인식
- 스타 매니저의 일탈(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 대표가 금융감독원 중징계 처분을 받은 일)
- 주가에 거품이 끼었다고 판단해도 매도 보고서를 내지 못하는 리서치 분위기
- 증권사 임직원 모럴 해저드
- 시장 논리가 아닌 정치 논리로 형성되는 '관제펀드' 양산 등
2) 낙인 효과 덫에 빠진 한국 자본 시장
① 스타 CEO의 모럴 해저드
존 리 전 메리츠 자산운용 대표 | 금융당국 징계를 받고 불명예 퇴진했다. |
강방천 전 에셋플러스자산운용 회장 | 차명 투자에 대해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
원종준 라임자산운용 대표 | 1조6700억원 규모 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시장 신뢰를 크게 손상시켰다. |
- 투자자들은 스타 CEO의 과거 행위를 기반으로 기대치를 갖는데, 인지도가 높을수록 투자자 기대치도 올라간다. 기대치를 부정적으로 위반하는 정도가 클수록 시장에서 불신의 골은 더욱 깊어진다.
② 제도권 '불신' 부추기는 재야 고수들
박순혁 전 금양 홍보이사 | 지난 4월 12일 김현수 하나증권 애널리스트가 에코프로에 대해 '매도' 보고서를 냈는데, 박 전 이사는 유튜브 등을 통해 여의도 증권사 리서치 센터가 공매도 세력과 결탁해 매도 보고서를 내고 있다는 '음모론'을 잇따라 제기했다. 대부분 개인 투자자는 박 전 이사를 적극 지지했고, 하나증권 리서치센터로는 항의 전화가 쏟아졌다. |
- '증권사 보고서는 믿고 거른다'는 식의 편향된 주장을 펴며 제도권 불신을 부추기는 유튜버, 텔레그램 채널이 적지 않다.
③ 경직된 판매 수수료와 보수 체계
- 펀드 가입자가 부담하는 비용: 판매 수수료, 보수
- 총보수 = 운용보수 + 판매보수 + 수탁보수 + 사무관리보수 등
- 판매 수수료는 수수료를 떼는 시기에 따라 '선취 수수료'(펀드에 투자 금액이 투입되는 시점에 1회만 지급)와 '후취 수수료'(펀드를 환매할 당시의 순자산에 대해 일정 비율로 떼는 수수료)로 나뉜다.
- 문제점: 획일화된 펀드 수수료 체계 탓에 일선 판매 창구에서 고객 수익률을 기준으로 상품 가입을 권할 유인이 없다. 펀드 판매보수는 운용사에 의해 일괄적으로 결정돼 같은 펀드에 대해 같은 보수를 수취하므로, 판매사가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유인이 적다. 그 결과, 고객 접점이 많은 대형 판매사가 높은 시장점유율을 차지한다.
④ 주가 발목 잡는 높은 상속세와 증여세
- 상속세와 증여세가 높다 보니 대주주는 주가가 오르는 것이 달갑지 않다.
- 현재 한국 최고세율은 50%로 OECD 38개국 중 일본(55%)에 이어 두 번째로 높으며, OECD 국가 평균(25%)보다 2배 높다. 여기에 최대주주 할증(20%)까지 붙으면 사실상 60%까지 올라간다.
- 현 세율 체계 아래서는 대주주가 주가를 높이려 노력할 유인이 부족하다. 이로 인해 배당 등 주주 환원에는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⑤ '관제펀드' 흑역사
-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부 정책 기조를 반영한 금융 상품이 등장했지만, 저조한 수익률 등으로 '관제펀드', '포퓰리즘펀드' 등 오명을 남긴 경우가 부지기수다.
문재인 정부 | 문재인 정부에서 투자를 적극 독려했던 '부동산 리츠'(부동산투자신탁, REITs)는 최근 금리 인상으로 골칫거리가 됐고, '정책형 뉴딜펀드'도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
이명박 정부 | 이명박 정부 때 활성화됐던 '유전펀드'도 유가 급락 등으로 투자자에게 대규모 손실을 안겼다. |
노무현 정부 | 노무현 정부 때의 '선박펀드'도 흑역사를 남겼다. 2010년대 들어 해운업계 업황 부진이 이어지고, 절세 혜택도 축소되며 인기가 식었다. 선박 투자 회사가 대규모 순손실을 내며 상장 폐지됐고, 증권사들이 판매한 선박펀드는 수백억원대 손실을 봤다. |
⑥ 단기주의 매몰된 대체 투자
- 저금리 국면에서 우리 금융사는 해외 대체 투자를 빠른 속도로 늘려왔는데, 이 과정에서 '이탈리아헬스케어펀드', '독일 헤리티지 DLS', 'KB 호주부동산펀드' 드 굵직한 금융사고가 잇따랐다.
- 우리 금융기관과 금융당국이 복잡한 상품 구조를 면밀히 검증할 역량이 부족하다 보니, 불확실성에 노출된 상황에서 외국계 금융사 명성에 기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한국 금융 시장 특유의 '쏠림' 현상이 빚어진다는 지적이다.
⑦ 실기 반복하는 금융당국
- 최근 불거진 대규모 금융 사고 상당수는 전조가 존재했지만, 우리 당국은 피해가 급격히 확산한 뒤에야 사후 대책을 내놓는 등 실기를 반복했다.
- 라덕연 사태: 문제는 금융당국이 CFD의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했지만, 그 사태를 예방하지 못했다는 사실이다. 대규모 투자자 손실이 발생하고 나서야 CFD 계좌에 대한 관리 및 감독을 강화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 금융 시장은 날이 갈수록 진화를 거듭하지만 우리 금융당국은 업권별로 칸막이 쳐진 감독 체계를 고수하는 탓에 감독과 규제는 항상 시장의 변화에 후행하는 행태를 보인다는 지적이다.
3) 제도권 금융 신뢰 얻기 위한 대책
① 개인 투자자 서비스 확대
- 리서치 업계가 기관 투자자 서비스 중심에서 개인 투자자 서비스까지 확대해야 한다.
- 개인 투자자를 위한 세미나 개최, 소통 채널 확대 등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개인 투자자와의 소통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② 금융권 현행 시스템과 내부 통제 체계 보완
- 금융투자협회 관계자에 따르면, 증권사 입장에서 최선의 방안은 내부 통제 아니면 컴플라이언스 강화다. 내부 통제 매뉴얼, 모범 규준 등을 선진화하기 위해 당국과의 세미나 등 소통 강화가 더욱 필요하다.
③ 자본 시장 신뢰 회복을 위한 체질 개선 노력
- 최근 투자 손실이 나면 보수를 받지 않는 성과연동제(VIP 한국형가치투자 펀드)나 대표이사 직접 운용 등 차별화된 전략과 상품도 나온다.
④ 금융당국 모니터링 강화
- 금감원은 제보 등을 통해 불공정거래 세력을 적발했던 기존 '수동적 감시' 시스템에서 불공정거래 혐의를 적극적으로 발굴해 적발하는 '능동적 감시' 시스템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 금감원은 불공정거래 정보수집반 TF를 꾸려 감시·조사 인력을 확충하고, 조사·감시 부서 등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⑤ 불공정 거래 적발 시, 강력한 제재
- 금융위는 지난 5월 23일 3대 불공정 거래(미공개 중요 정보 이용,, 시세 조종, 부정거래)에 대해 과장금(부당이득 금액의 최대 2배)을 신설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 또한 부당이득액이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뺀 금액이라는 점을 자본시장법에 명시할 계획이다.
- 금융위는 적발된 불공정거래자를 최대 10년간 자본 시장에서 거래를 못하게 하고, 상장사 임원 선임 제한 등을 통해 제도권에서 퇴출할 예정이다.
⑥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 금융위 고위 관계자는 "기업 지배구조 문제, M&A 시 소액주주 보호 문제, 불공정거래 제재 제도 개선 등 여러 가지 이슈를 해결하기 위한 전반적인 노력을 하면 투자 환경이 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2. 얼어붙은 소비 녹일 'P,T,S,D'
1) 불황에 오히려 웃는 업종
① 웃는 업종
라면 |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라면회사는 올해 1분기 나란히 호실적을 기록했다. 매출·영업이익 모두 두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
직구, 중고 쇼핑 | 직구 앱, 중고 쇼핑 앱 설치 수는 지난해 10월 대비 각각 24.6%, 14.2% 늘었다. 쿠팡, 11번가, 티몬 등 종합 쇼핑 앱 상승률을 2배 이상 웃도는 수치다. |
편의점 | 음식료와 생필품 소비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편의점 앱 설치가 늘었다. 편의점 방문이 늘어난 데다 포인트 적립을 원하는 소비자가 늘어난 영향으로 보인다. |
저가 커피 | 저가커피 앱 설치에서 컴포즈(33%), 메가커피(22%), 빽다방(19%)이 높은 증가율을 보였다. 스타벅스(14%)나 이디야커피(6%) 등 중가 커피 브랜드와 차이가 크다. |
② 우는 업종
명품 |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3사 올해 1분기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0.6% 감소했다. 명품 플랫폼 발란, 트렌비, 머스트잇도 지난해 말 수백억원 적자를 보았다. |
배달 | 배달 앱 사용은 크게 줄었다. 배달 물가 상승과 배달료 인상이 사용자 감소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
2) 불황 속 마케팅 전략 'PTSD'
- PB(Private Brand), 묶어 팔기(Tie-up), 스몰 럭셔리(Small Luxury), 디스트레스(Destress)
① P: PB 제품이 효자
- PB 제품은 유통 업체가 직접 자체 브랜드를 개발해 출시한 독자 브랜드 제품이다.
- 중간 유통 과정이 없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생산할 수 있다.
- 원가를 줄인 유통 업체는 저렴한 가격에 PB 제품을 공급하고, 소비자는 가성비를 챙길 수 있다.
- PB 제품 개발은 대형 마트를 중심으로 이뤄졌는데, 이마트 '노브랜드'와 '피코크', 홈플러스 '시그니처', 롯데마트 '오늘좋은' 등이 대표적이다.
- 패션 부문에서는 무신사가 대표적이다. 무신사는 PB 브랜드 '무신사 스탠다드'에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② T: Tie-up, 묶어 팔기
- 가격을 내리기는 어려운 상황에서는 '묶어 팔기'로 용량과 혜택을 늘리는 것이 방법이 될 수 있다.
-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고, 소비자는 추가 혜택을 누릴 수 있어 '윈윈'이다.
- 신세계라이브 쇼핑은 2개 이상 구매 시 상품권이나 적립금을 주는 '골드키위 홈쇼핑 방송'으로 효과를 톡톡히 봤다.
- 멤버십 제휴를 늘리는 것도 묶어 팔기 마케팅의 일종이다. 같은 가격으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 신세계 그룹은 온라인 커머스에 스타벅스·백화점·면세점으로 제휴를 넓힌 통합 멤버십 '신세계 유니버스 클럽'을 출범했고, 쿠팡은 와우 멤버십 회원 혜택에 쿠팡이츠 할인을 추가했으며, 네이버 역시 플러스 멤버십에 여행 상품 포인트 적립 혜택을 얹어주기 시작했다.
③ S: Small Luxury, 스몰 럭셔리
- 불황에 값비싼 명품 대신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은 립스틱이 잘 팔리는 현상을 '립스틱 효과'라고 한다. 돈을 아끼면서도 아름다움을 지키는 방식으로 심리적 만족을 추구했다는 것이다.
- 과거 MZ세대 사이에서 '명품 플렉스'가 유행했다면,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니치 향수(소수를 위한 향)·인테리어 소품·인센스 등의 소비가 두드러진다.
- 현대백화점면세점은 니치 향수 전문관 '하우스 오브 퍼퓸'을 열었고, 신세계백화점도 지난 3월 프랑스 니치 향수 '힐리'의 국내 유통권을 확보했다. 롯데백화점은 또 다른 니치 향수 브랜드 '라임유'를 새롭게 입점시켰다.
- 프리미엄 라면도 강세다. 팔도의 '갓뚜껑', 삼양식품의 '쿠티크'와 '쿠티크 에센셜짜장'이 대표적이다.
- 특급 호텔들의 한 그릇에 10만 원이 넘는 빙수도 대표적인 스몰 럭셔리다.
④ D: Destress, 디스트레스
- 디스트레스 마케팅은 소비자의 심리적 스트레스를 해소해 소비를 이끌어낸다는 뜻이다.
- 국내 식품 기업들의 '레트로 마케팅'이 대표적인 디스트레스 마케팅 중 하나다. 과거의 좋은 기억으로 현재를 위로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노스탤지어 전략'이라고도 불린다.
- 하이트진로의 '진로이즈백', SPC삼립의 '돌아온 포켓몬빵'과 '산리오캐릭터즈 빵', 현대자동차의 '디 올 뉴 그랜저', 신라면세점과 아모레퍼시픽의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유행 화장' 전시가 대표적이다.